남루한 행색의 할머니 한 분이 보따리 두 개를 들고 거리를 헤맵니다. '한 시간 째 왔다갔다. . 할머니 좀 이상해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부 아미파출소 경찰관들이 이것저것 여쭤보니 우리 딸이 애를 낳고 병원에 있다는 말씀 뿐. 그런데 정작 자신의 이름도. . 딸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고 보따리만 하염없이 부둥켜안으십니다. 슬리퍼 차림이 인근 주민일 것이라 판단, 할머니 사진을 찍어 동네에 수소문 끝에 할머니를 아는 이웃이 나타났고,
딸이 입원한 병원을 전해들어 순찰차로 모셨습니다. 갓난쟁이와 함께 침대에 누운 딸은 주섬주섬 보따리를 풀어 다 식어버린 미역국, 나물반찬, 흰 밥을 내어 놓는 엄마를 보며 가슴이 미어집니다. '어여 무라. . .' 치매를 앓는 엄마가 놓지 않았던 기억 하나. 병실은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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